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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02) 5월 1주 주말

2 2010. 5. 3. 00:12
1. 5월이라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이틀동안 따뜻했다-추웠다-더운 굉장히 다채로운 날씨를 보여줬다.

2-1. 주말동안 병원에 갔으며 머리를 잘랐고 야구장에서 치킨을 먹으며 경기를 관람했다. 친구를 가는 길 중간까지 배달해주고 커피를 마시러가서 잡담을 새벽까지 했다.  스티브맥커리 사진전을 보고 명동에 갔으며 고등어묶은지와 도토리묵을 먹었다. 본의 아니게 북악스카이웨이를 드라이브했으며  홍대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썩 괜찮은 생활인지도 모르겠다.

2-2 . 이제는 매주말의 시작은 병원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병원으로 출발을 한다. 조금 늦게 나가면 가는동안의 길이 굉장히 막히는 코스가 나오기 때문에 조금은 서두르는 편이 좋다. 그리고 그 점은 주말을 좀 더 길게 쓸수 있는 기가막힌 방법이기도 하다. 언제나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스마트폰으로 만지작 거리면 형이 다가와서 뭔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면서 침을 놓는다. 뭐 이젠 쇄뇌가 되서라도 좋아지는 거 같다. 뭐랄까 글쎄. 실제로 이제는 누워있는 동안 적응이 되서 그런지 내 방 같이 편한거도 사실이다. 이번 토요일엔 반칙적으로 점심시간에 갔기 때문에 대기환자가 없어 형이랑 잡담을 했다. 의사를 해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사는 모양이다. 얘기를 듣다보니 왠지 스스로 위로가 되는거 같았다. 

원래 병원에 가기 전에 머리를 깎으려고 했는데 대기인원이 많이 밀려서 시간을 3시에 예약을 해놨기 때문에, 빨리 차를 돌렸다.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2:20분 경 도착했다.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준다고 했는데. 커피가 나오기도 전에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건 문제가 아닌데. 이미 커피를 준다고 한 연습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커피를 가지러 갔기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커피가 오면 마시고 머리를 자르겠다고 했다. 커피가 나오고 빨리 마시고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손님이 많아서 아까 돌아가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별로 미안해 할 일은 아닌거 같은 데 역시 서비스업은 어려운 일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잘라주시는 분은 밥도 못먹었다고 했다. 주말인데 밥도 못먹고. 다시금 서비스업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이 분이 내 머리를 자른지 한 3번 된거 같은데 말을 잘 걸지도 않고 에 집중하시는 거 같아. 참 좋다. 눈을 감았다 떴다만 하면 된다.

머리를 깎고 집에 들러 잠시 괜찮은 노래들을 찾아보다 야구장 갈 시간이 된 거 같아 다시 나갔다. 나가면서 친구1 한테 전화를 하니 신촌에서 친구2를 픽업하여 온다고 한다. 지금쯤 나가면 비슷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날씨가 꽤 좋았기 때문에 운전을 하는 동안 조수석과 조수석 뒷쪽 창문을 8센티가량 열어두었다. 이렇게 하면 바람이 실내를 잔잔하게 돌아나가기 때문에 꽤 시원하다. 가는 동안에 라디오와 CD와 MP3를 번갈아 들었다. 난 참 운전을 할 때 다른기기들을 참 잘 다루는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장 도착을 해서는 약간 주차안내가 번거로워 살짝 짜증이 날뻔했으나, 주말이니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잘 다스렸다. 친구1은 아는 누나를 데리러 간다고 했다. 요새 누나를 만나는 모양이다. 얼마전까진 굉장히 어린 친구를 만났었는데. 친구2는 오랜 야구팬이기 때문에 밖에서 파는 음식이나 응원도구같은 거에 호기심을 보이는 나를 하수 취급했다. 그리고 그 친구2는 입장 입구를 찾느라고 20분가량을 허비했다. 다행히 찾은 자리에선 술취한 외국인 무리와 커피를 쏟은 듯한 연인들이 앞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경기외에도 많은 볼거리를 선사해주었다. 경기는 일찌감치 점수가 벌어져 그냥 관람을 위주로 했다. '누나'를 대동한 친구1은 나의 주문에 따라 닭을 사왔다. 추가로 애초 예약한 지정석에 그'누나'의 자리는 없었기 때문에 친구1은 그'누나'와 꼭대기로 닭을 가지고 가버렸다. 다행히 경기가 루즈해지는 바람에 옆자리 사람들이 일찍 일어났다. 친구1에게 전화를 걸어 자리가 났으니 어서 닭을 가지고 내려오라고 했다. 친구가 흥분해서 이쪽으로 오고 있을 사이에 원래 자리 주인들이 돌아왔다. 친구1에게 다시 전화로 이 사실을 알리고 우리는 닭이 있는 위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친구1과 그 '누나'는 닭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2와 내가 두 박스를 다 먹어버렸다. 조금 뜨거웠기 때문에 좀 더 빠르게 먹어버렸다. 경기는 심심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이라 기분은 시원했다. 날은 좀 추웠다.

친구를 사당동까지 배달을 해주고, 다시 커피를 마시자는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서 차를 돌렸다. 약속보다 조금 일찍 도착할거 같아서 잠깐 한강에 들렸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사람이 많아졌다. 이젠 주말에 한강가도 되겠다 싶었다. 다시 시간에 맞춰 요새 자주가는 커피집으로 갔다. 늦게까지하고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다. 형1이 이번에 새로 차를 사서 그 얘기부터 뭐 내 입장과는 다르지만 여러명의 입장이 있다는 연애론적인 얘기도 했고 중간중간 시덥잖은 근데 좀 웃긴 개그들이 왔다갔다한거 같다. 형2의 자본론에 관해서는 모두 수긍했다. 뭔가 사람은 역시 아는 게 있어야 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뭔가 더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중간에 형1과 친한 여인1이 먼저 갔고. 셋은 또 한참 다양한 주제로 새벽까지 얘기했던거 같다. 낮에 차가 좀 막혀서 기름을 많이 써서 돌아오는 길에는 정속으로 연비 운전을 하면서 돌아왔다. 정속 운전을 하는 동안 나오는 음악의 선곡이 좋으면 평안한 기분을 종종 느낄 때가 있는데, 그 기분이 들어서 흐믓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구들과 밥을 같이 먹었다. 큰 누나가 어제 와있던걸 몰랐었다. 쓸데없는 장난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모임 약속이 있는 세종문화회관으로 갔다. 무슨 행사가 있는 차가 많이 막혔다. 주차를 하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했고 사진전시 가격과 맞먹는 주차비를 지불했다. 그리고 늦었기 때문에 친구들한테 밥을 사기로 했다.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은 꽤 멋지고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했다. 그리고 틀어준 다큐멘터리는 조금 더 좋았다. 점심을 뭘 먹을지 고민을 하다 오랜만에 명동엘 가보자고 했는데 역시 사람이 많을 뿐더러 친구A가 자꾸 돌아다니는 바람에 굉장히 피곤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구경이고 날씨가 좋아서 버틸 수 있었다. 결국의 처음의도와는 달리 들어간 식당에서의 메뉴는 싸고 맛도 괜찮았다. 식당이 좀 어두운 것은 개인적으로는 별로 였지만. 날씨가 좋아서 인지 친구A가 북악스카이웨이쪽에 있는 곳을 커피를 먹으러 가자해서 주차비를 정산하고 차를 뺐다. 주차비가 많이 드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좋은 날씨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했다. 커피집을 찾아가는 길은 몇번이고 길을 잘못들어 길을 세번정도 왔다갔다했지만 굉장히 봄스러웠다. 적당히 땀이 나고 바람은 슬슬 창을 통해 들어왔으며 심지어 벚꽃도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굽이굽이 산을 타는 기분과 더불어 새삼 그 풍경들이 낯설고 예쁘다고 생각되었다.
기분이 좋아진 32살의 남자 셋이 탄 차에서는 소녀시대의 'Oh!'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찾아간 커피집은 사람이 많고 차도 많았기 때문에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일단 모르는 길로 내려왔기 그냥 어딘지 길 따라 가보기로 했다. 서울인데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라 마을과 산이 약간 중첩되 있는 곳이어서 새로운 풍경이었다. 아마 날씨가 좋아서 풍경을 많이 본 모양이다. 
어쨌든 우회전을 해야하는데 길을 잘못들어 좌회전을 하게 됐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 홍대쪽 방향같으니 그리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내부순환도로를 운전을 하는 동안 친구A는 배부르고 따셔서 그런지 꾸벅꾸벅 졸고있었다. 조수석에서 예의 없이...친구B를 닮은 영화배우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잠시동안 고민했다.

홍대입구에 들어서며 최신인기곡인 유세윤과 그 친구가 결성한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크게 틀어놓고 창문을 잠시 내려서 뭔가 우리가 유행의 최전선을 놓치지 않고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곧 그나마 홍대인근에서 한적한 곳에 차를 대고 커피를 시켰다. 친구A는 가지고 온 책을 보는 둥 마는 둥하면서 뭔가 나를 추궁하려 했다. 요새 주변에 쓸데없는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친구B도 덩달아 의심을 했다. 친구B를 닮은 영화배우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으로 밝혔졌다. 역시 노키아폰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들이 적다. 다음번에 동물원에 갈것을 제안했으나, 친구B가 뭔가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동물을 싫어하는 것일까? 친구A가 요새 맘껏 좋아하고 있는 여자친구를 불렀다. 나는 실수를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친구A는 내가 실수를 가장한 실수를 할것을 염려했기 때문에 몇번의 가벼운 잽만 뻤다가 그냥 시들해졌다. A의 여자친구는 낯설었는지 조용했다. 원래 그런 성격일수도 있고. 어쨋든 친구A와 그의 여자친구의 맞은편에서 친구B는 왠지 부러운 듯한 눈빛이 투영되는 거 같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그러한 눈빛이 행여 나올까봐 스스로를 관리했다. 뭔가 또 몇가지 얘기를 한거 같다. 그리고 친구A와 그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친구B와 차에 올랐다. 친구B는 그냥 가까운 지하철 역에 내려줬다. 먼길이었을텐데...그냥 내려줬다. 친구B는 서울을 걷는 거를 좋아하니까..서울을 전철로 뺑 도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버렸다.

다시 내부순환과 북부간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약간 막히긴 했지만 날씨가 좋았고 적절히 틀어놓은 옛날노래들은 뭔가 기분을 차분하게 해줬다. 역시나 날은 좀 더웠다. 


어떻게 보면. 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훌륭한 생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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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19) smart life

2 2010. 4. 20. 00:47

하루하루 회사에 출근할 때 마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새로 나타난다. 신문과 tv에서는 매일 앱스토어가 어쩌니, 어플리케이션으로 대박이 났다느니, 스마트폰 양극화가 벌어졌다느니 하는 말로 지금 스마트폰이 없으면 마치 구시대인이 된 거같은 늬앙스를 풍기며 '어서 너도 하나 해~!!'라고 압박을 주는 것만 같다.



그 대표주자인 애플의 '아이폰'은 정말 뛰어나다. 아이팟 시절이야 디자인으로 승부한 기기 였다만, '스마트폰'으로 오니 정말 매력적으로 보이며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한다. 심지어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아이폰'이 아니면 무시를 당할정도다. 하긴 주변에 스마트폰의 10에 9은 아이폰이다.

디자인이야..인정하고. UI야 말할 것도 없이 예쁘장하고 심지어 빠르다. 확장성은 또 어떻고..이건 뭐 신천지다.
막 길을 알려준다. 아니 심지어 길을 보여준다. 그러다보면 맛있다는 커피집 음식점도 막 알려준다. 신문을 손바닥에 배달해주고 영화도 보여준다. 노래를 틀고, 믹싱도 할수 있게해주는게 모자라 작곡 편곡도 하게 해준다. 심지어 흥얼거리면 그 노래까지 찾아주는 것도 있다. 카메라로 얼굴을 찍으면 가상 성형수술까지 시켜준다. 트위터를 연결해 일면식도 없는 친구들은 계속해서 뭔가 친한 척하면서 정보를 보내준다. 유명인도 다 친구라고 한다. 그 뿐아니라 내가 모르는 주변에 아이폰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막 찾아준다. 친구하라고. 정말 대단한 제품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끝내준다. 이건 '스마트'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마술 수준이다. 내 손안에 마이너리티 리포트..아니 브루스 올마이티 정도 되는 거 같다. 근데 하나 묻고싶다. 

"그래서 그런게 다 필요해?" 

이 많은 무수하고도 재미난 기능들은 이 손바닥 만한 기기를 눈에서 떼어 놓지 못하게 한다. 얼마나 재미가 있는데...
근데. 우리 벌써 많이 겪어봤다. 이메일이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들락날락 거렸지? 메신저가 처음 나왔을 땐 대화창이 얼마나 빽빽히 떠있었지? 그럼 바로 지금 피씨나 인터넷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지? 정보는 정말 홍수고 놓치면 안될거 같고 뒤쳐질 거 같고..근데 봐봐야 다 거기서 거기인 휘발성 정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제는 퇴근 전철이나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마저 다들 자그마한 창으로 본다. 뭔가 눈으로 본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머리 썼으니..쉬어야지 하면서 창을 본다. 생각은 잠시 접어둔다..쭉.. 

스마트폰이 더 스마트 해질수록 우리는 덜 스마트해진다

새로운 길을 갈 때, 우리는 길을 유추해본다. 간판들과 거리를 보며 연관성을 가지고 거리와 방향을 유추한다. 커피나 음식을 먹고싶을 땐, 골라보고 찾아본다. 그러다 혼자 발견한 집은 보물처럼 뿌듯하다. 퇴근하는 길에는 잠시나마 온연히 방해없이 생각을 정리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이렇게 사람이 머리를 쓰고 움직여 보고 생각을 하고 스스로 터득하는 기술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섭섭'한 기분이 든다.

재밌는 광경이다. 전철을 타도 다들 자그마한 창을 보고 있고 커피숍에 가도 연인이 마주보고 앉아 자그마한 창을 보고 있다(뭐 좀 된 연인이겠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해보고 '와우~와우~' 놀라고 있지만. 정말 그게 다 이지 않은가? 뭔가 계속해서 터치 몇번이면 궁금증은 모두 풀리고, 뭔가 막 재미있는게 쏟아진다. 하지만 얼굴보고 하는 대화에서 오는 공감이나 교감은 별로 적어보인다. 머리로 정리하는 사고적인 깨달음과는 달라보인다.

개인적으로 90년대 이후 인터넷을 접하고 살아온 이들은 (특히90년 이후 생들, 그러니깐 태어날때부터 인터넷을 직관적으로 쓰면서 자라난) 이전에 비해 '인간(휴머니티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인간의 시스템)'적으로 결핍되고 부족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의 틈을  잃어버린 첫 세대가 아닐까 한다. 정보야 무지매니 하겠지만. 정보를 취하고 콜라쥬 할 수는 있겠다만 스스로 생각을 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많이,또 본의 아니게 박탈당한 첫 세대인거 같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종류의 인류이긴 하지만. 가끔 지나가다 어린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사고체계가 약간 다르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젠 내가 재빨리 발맞춰가야할 세대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내가 어린시절에 보던 백과사전보다 아마 9억 8천만배 정도는 뛰어난 '지식인' 뒤를 봐주고 있으니까. 세상의 어떠한 지식도 사람들의 머리 속, 아니 손 끝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엄마에게 효도하는 법'이나 심지어 '김태희와 결혼 하는 법'까지도 상세하게 알려준다. (물론 이 질문을 쳐본 것도 나 이지만)  하지만 인터넷 선을 끊어버리면 아무것도 모르게 되버린다(그러니깐 김태희와 결혼하는 법 따위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않게된다). 머리속에서 USB를 뽑아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음..알고 있다. 이런거 자체가 엄청난 비약이란거..하지만 생각의 시간(머리를 쓴다는 게 아니라 사고의 대한 정리라는 개념으로 말하고 있는건데..이건 또 나만의 사고체계에서 나온 정의다 -- )이 극단적으로 짧아진 건 사실이다.

지식인을 쓸수록 반대로 무식인이 되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나를 포함해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또 필살적으로 기술은 발전할 테고..무수한 타입의 정보가 눈앞에 펼쳐질 테고 우리는 '와~!' 하면서,  열렬히 따를 수 밖에 없을게 분명하다. 그게 인류가 살아온 방식이니까. 그리고  스마트폰이 지금의 정점의 도구가 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게 맞는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뭐..지금 나도 스마트 폰을 쓰고 있긴 하지만..


※ 역시 스마트폰은 노키아!  말만 스마트폰이지 되는것도 별로 없고 어플에 사람을 매몰시키지도 않고. 생활과 트랜드의 밸런싱을 지켜주는.. 내가 이 글을 쓴 건 절대로 아이폰을 질투해서는 아니라는 걸 밝혀둔다. 



노키아 짱! 짱! 짱!
아이폰 하나도 안부러워!! 캡숑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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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04) 천재  (0) 2010.04.04
Posted by 發過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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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04) 천재

2 2010. 4. 4. 01:24
천재[, genius] : 보통사람에 비하여 극히 뛰어난 정신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진 사람



어린 시절에 나는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대다수의 엄마들이 아이를 기르면서 한번쯤은 자기자식은 천재가 아닐까하고 생각한다는데. 뭐 우리 엄마는 이런
생각을 딱히 한 적이 없어보이기 때문에. 내가 대신 한걸로 쳐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천재라고 생각하기 그 이전부터, 나라는 사람은 원래 무언가에 굉장히 뛰어난 거 같긴한데. 그게 뭔지 아직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아직 천재임이 세상에 공표되지 않은 그런 존재이므로, 아직 숨겨져있던  무언가의 그 재능의 발현을 위한 촉매제의 작용이 일어나는 순간 '짠~'하고 천재로 등극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 '그 무언가'가 점점 그 실체가 명확해 지던 시기는 초등학교 때 였다. 
그 시절에는 학교가 전교생에게 매년 시를 강제로 쓰게 했는데, 그 중에 가장 잘쓰여진 시는 엄정한 심사를 통하여, 그 시와 맞는 그림을 더해져서 시화전 형태를 통해 전시되고, 매년 시집으로 엮어내곤 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교생이 참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 상 책에 실리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라고는 볼수 없다.   

 초반에 나는 순수한 창작의 마음으로 부담없이 시를 쓰곤 했는데. 뛰어난 평가로 시화전과 시집등재에 뽑히곤 했다. 뭐 단지 뽑혔을 뿐이 아니라, 졸업할때까지 전년을 그렇게 보냈다. 실로 압도적이었다는 얘기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선생님들 중에서는 매년 나의 시를 기다리는 분도 있었다고 전해지고 심지어 어떤 해인가에는 시를 읽고 선생님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도 들렸다(거짓말 같지만 모두 사실이다). 그해 당연히 심사위원을 맡았던 선생님들 모두에게 유일하게 별다섯을 맡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사실 저학년일 때야 순수한 마음으로 썼다지만, 점차로 나이를 먹을 수록 이 어린 천재시인에겐 시화전 시즌에 맞춰 시를 쓴다는 것은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 기대에 차있던 눈들이란...
물론 어린 천재시인은 이 무렵 시를 봐주는 이들의 마음을 다 알아버렸기 때문에 어떻게 쓰면 이들에게 감동을 끌어낼지, 어떻게 써야 최대한 초등학생의 순수함을 극대화 시킬지 정도는 다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써버렸다. 세상이 좋아하는 어린 천재시인의 수준으로.


그 시절 나는 그림에도 굉장한 소질을 보이곤 했는데. 이것은 시 분야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일반적 초등학생들이 그리는 사람이라면 '졸라맨' 수준의 작대기 몸뚱아리에 붙어있는 원모양의 머리통과 직선으로 이뤄진 정형화된 눈코입이었는데. 이미 저학년 시절에 나는 사람의 눈을 그릴때 눈동자와 눈알을 구분했으며 주먹쥔 손이 아닌 손가락을 묘사하며, 심지어 원근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3학년에 접어들었을 무렵에는 머리카락을 묘사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얼굴은 45도로 회전된 모습까지 그려낼 수 있었다. 더불어 사물의 입체적인 표현도 점차로 세밀해져, 그 시절의 추상적인 표현과 더불어 실로 환타스틱한 결과물을 내고는 했다. 미술시간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남보다 빨리 끝낼 수 있어 쉬면서 놀기도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성적은 완벽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던 어린 천재시인이 세상의 기대에 부합할 그 무렵. 난 내가 좋아한는 미술에서만은 그 부담과 순수한 재미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소문이 퍼져나가기 전에 그 놀라운 능력을 숨기고자 했다. 역시 천재의 그것은 숨기기도 힘들었지만. 난 최대한 평범한 수준에서 매번 수업을 마무리하고자 노력했다. 
 
그 깨달음을 얻을 무렵  어린 천재 화가시인이 유일하게 맘껏 그 자기의 색을 펼칠 수 있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바로 백일장과 사생대회 였다. 이 대회는 어딘가의 장소로 이동하여 야외에서 행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들 흩어져서 하나씩 작품을 완성해서 제출하면 되는 그런 시스템으로 움직였다. 그러니깐 내가 뭘 쓰던, 그리던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제도였다. 하지만 어차피 이름을 명기하여 선생님께 제출하기 때문에 나의 실체를 들어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또 나의 작품에 최선을 다하게되면 무언가 대단한 반향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나는 타협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신이 났던 이유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나의 것들을 적정 수준으로 마무리 한 후, 그러한 친구들의 작품을 코치 하기 시작했다. 과제에 손도 못대고 있던 친구들은 야외까지 나와서 놀지도 못하고 결국 미완성채로 제출했다가 선생님한테 꾸중이나 받겠다는 스트레스 속에 나의 등장은 한 줄기 구원의 빛이였으며, 나에게는 나의 실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도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뭐랄까.. 보이지 않는 손. 섀도우 프로듀서 이런 존재쯤 되겠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한글도 잘 모르던 친구가 라임을 딱딱 맞춘 초,중,종장으로 이루어진 시조형태의 시를 써내기도 했으며, 미술시간에는 차라리 벌을 받겠다고 준비를 해오지 않았던 친구가 점묘화형태로 그림을 그려대곤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프로듀싱을 통해서 상을 받는 친구들도 생겼는데. 그 상은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양자 모두가 표현하지 못하는 묘한 불편함이 있곤했다. 이러한 점과 왜곡된 시상식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들에게 대해선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뿌듯함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이런 생활을 해오다. 6학년에 들어 마지막 시화전에서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스스로 작가성과 대중성을 조화시켜 표현을 한 작품을 냈는데. 당연히 그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또다시 액자에 넣어져 전시가 되기로 결정 되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시화전 당일날 입장객들이 입장이 시작되었다. 워낙 공개하기 전 준비하는 동안에도 내부적으로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찬사가 쏟아질 것을 생각하니 조금은 쑥스럽기도 했지만, 마지막이니 이 정도는 감내해야겠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시간..두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게 여겨 상황을 살피기 위해 찾아간 나의 자리는 뻥 뚫려있었고. 나의 작품은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떼어간 흔적만이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누군가 나를 시기했거나, 또는 흠모했거나. 

어쨌든 누군가가 입장 직전에 떼어간 듯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어린 천재화가시인도 그 때 사라져버렸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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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發過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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